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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사이트 by 어떤 쏜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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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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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음에 해가 떨어진다
내친 김에 쏟아져 나온 거리
이건 아닌데, 적잖이 분해서
한참은 이른 옷을 여미었어

먼 곳에서 뭘 태우나 보다
아릿하게 스쳐오는 공기에
아직이구나, 흐물흐물해져
이제 며칠 없는 주말의 수를

헤아려 본다 헤아려 본다

새 사람을 만나기까지는
매번 이틀 정도가 모자란데
눈치도 없게, 자꾸 보채기만 해
나는 아무것도 줄 게 없는데

유난히도 길고 길었던 계절의 끝에
악당조차 되지 못하고

내게 봄은 없겠지 시들어만 가겠지
마음이 모두 닳아 없어질 것만 같아
어느덧 꽃은 지고 벌레를 보고 놀라
시월을 그리워하는 오월을 앓다

주르륵 녹아내리겠지

언제였던가 감춰진 세상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던 날이 있었어
이제는 억지스러운 희망을 발명해
악당조차 되지 못하고

목을 꺾어 뒤를 봐요
잊고 싶은 일들이 한가득 있어
몸을 돌려 앞을 봐요
하고 싶은 일들이 한가득 있어

기억은 잇따라
시간은 잇따라

언젠가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마음이 모두 닳아 없어질 것만 같아
어느덧 꽃은 지고 벌레를 보고 놀라
시월을 그리워하는 오월을 앓다

주르륵 녹아내리겠지